Magazine B 16th Issue: Aesop 에이솝

에이솝은 호주의 작은 미용실에서 시작했다.

결벽에 가까운 고집과 실용주의가 만나 균형 잡힌 브랜드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그들의 행보를 소개한다.

 

 

 

호주의 작은 미용실에서 시작
에이솝의 창립자 데니스 파피티스 Dennis Paphitis는파피티스는 파리와 이탈리아 그리고 아버지의 미용실을 오가며 헤어스타일링을 공부해, 1980년대 중반 ‘아마데일 헤어 살롱 Armadale Hair Salon’이라는 이름의 작은 미용실을 열었다. 이 미용실은 추천과 소개를 통해서만 손님을 받았는데, 고객을 왕처럼 떠받드는 여느 헤어 살롱과 달리 손님이 그에게 ‘협조’를 해야 했다. 파피티스는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고 고객이 적응할 때까지 기다렸다. 서로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준비가 된 뒤에야 스타일링에 들어갔다.

고객을 가리는 까다로운 젊은 미용사에게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게 나고 화학 물질이 잔뜩 들어간 기존의 헤어 제품이 만족스러울 리 만무했다. 화학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될 일이었다. 연구 시설과 생산업자를 찾아 곳곳을 헤맨 끝에 1987년, 파피티스는 LA 외곽에서 적합한 파트너들을 찾아냈다. 그때부터 그는 미국과 호주를 오가며 마음에 드는 헤어 제품을 개발하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맨 처음 개발한 것은 기존 염색제에 에센셜 오일을 첨가한 제품이었다. 배움에 가속도가 붙을수록 윤리적 원칙과 도덕적 책임감의 기준도 높아갔다. “나는 방부제를 덜 쓰고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내 가슴이 시키는 일이었으니까요. 1회분 생산량에 방부제 수치가 제로에 가까워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죠.”

 

무조건적 ‘자연주의’ 콘셉트 사용의 경계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에이솝은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보통 3~4년이 걸린다.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든 모이스처라이저는 완벽하게 제품화하는 데 장장 10년이 걸리기도 했다. 에이솝은 여전히 역량의 80%를 오롯이 제품 개발에 투자한다. 예산의 60%는 패키지 디자인에, 30%는 마케팅에, 나머지 10%는 제품에 투자한다는 뷰티업계의 통념과는 완전히 역행하는 행보다. 파피티스의 야망과 원칙은 경쟁이 심한 뷰티업계에서 때로 에이솝을 한 걸음 전진했다 두 걸음 후퇴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는 원칙과 단 한 번도 타협하지 않았다. 그 건강한 고집이 에이솝의 진정성을 지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에이솝은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를 하지 않는다. 에이솝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것은 입소문과 더불어 매장과 제품 패키지가 보여주는 강력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다. 수전 샌터스는 눈길을 끄는 에이솝의 시그너처 매장 자체가 브랜드의 비주얼 마케팅이라고 설명한다.

 

 

제품은 물론 삶의 균형까지 강조한 브랜드 철학
에이솝은 단순하고 솔직한 브랜드다. 그들이 말하는 ‘럭셔리’는 비싼 물건으로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을 한 단계 높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파피티스는 그것이 자기 인식과 절제, 균형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에이솝은 마치 무지와 에르메스가 서로 섞인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무지로 대표되는 실용주의와 에르메스의 고급스러운 물질주의가 공존하면서 두 요소가 건강한 충돌을 일으키죠. 단순함, 무결성 그리고 진정성. 이것이 럭셔리한 제품이 핵심으로 갖춰야 할 세 가지 요소입니다.” 그는 제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명품’ 꼬리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제품은 물론 브랜드를 둘러싼 환경 곳곳에서 ‘균형’을 강조하는 파피티스의 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매체 광고 대신 모두 다른 60여 개 직영 매장 운영
에이솝은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를 하지 않는다. 에이솝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것은 입소문과 더불어 매장과 제품 패키지가 보여주는 강력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다. 수전 샌터스는 눈길을 끄는 이솝의 시그너처 매장 자체가 브랜드의 비주얼 마케팅이라고 설명한다. 에이솝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구현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파피티스가 처음 단독 매장을 구상한 것은 브랜드를 시작한 지 거의 10년이 지나서였다. 에이솝 제품을 취급하고 싶어 하는 바이어들에게 효과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매장에서 우리 제품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또 고객들과 어떻게 소통했으면 하는지 설명하고 싶었어요. 우리 머릿속에만 있고 실체가 없는 요소들로 이루어진 그림이었죠. 결국 공간의 온도, 불빛, 음악, 냄새, 촉감, 소재 같은 작지만 강력한 디테일을 설명할 수 있는 곳을 직접 만들게 된 겁니다.”

독특한 개성의 매장들은 에이솝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감수성을 한층 깊게 자극했다. 한마디로 에이솝을 이해하는 소수의 비주류 고객을 걸러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 세계 어느 곳의 큰 도시에 가더라도 전형적인 에이솝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비중은 인구의 약 2~5% 일 겁니다. 나는 그런 비주류들이야말로 우리가 하는 일과 맞닿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피티스는 매장에 제품들이 카테고리별로 알기 쉽게 배치되어야 하며 물과 창고, 앉을 자리, 하루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무엇보다 경계하는 것은 에이솝이 영혼 없는 체인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직업이 소명으로 다가오면 그때는 기술이나 정보가 아닌 ‘삶’이라는 관점에서 깊은 열정과 통찰이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시장의 취향에 맞추는 대신 자신의 진정성에 집중하는 마케팅을 통해 에이솝은 문화가 서로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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