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B 76th Issue: BLUE BOTTLE COFFEE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에 위치한 오클랜드에서 소규모 에스프레소 카트로 시작한 블루보틀은 샌프란시스코만 일대에 ‘제3의 커피 물결’을 일으킨 커피 브랜드 중 하나로 일찌감치 사업성을 증명했다. 명료한 브랜딩과 고품질 원두, 정성스레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강조하면서 사업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한편, 벤처 투자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투자를 적극 유치해 대규모 커피 프랜차이즈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음악가의 완벽주의를 토대로 한 브랜드

제임스 프리먼은 디테일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였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하며 미세한 음의 차이를 구별하고 완벽한 연주를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2002년, 프리먼은 퇴직금 1만5000달러에 신용 대출을 받아 커피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다만 그가 구상한 것은 카페가 아니라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로스팅한 원두를 납품하는 사업이었다. 그는 한 번에 원두 6파운드(약 3kg) 분량을 볶을 수 있는 작은 로스팅 기계를 창고에 사들였다. 프리먼은 자신이 추구하는 풍미를 얻기 위해 로스팅을 반복하며 원하는 프로파일을 끈질기게 찾아냈다. 다른 사람은 알아챌 수 없는 미묘한 차이까지 날카롭게 감지해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최상의 커피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고객이 가장 훌륭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볶은 지 48시간이 지나지 않은 원두만 판매할 것입니다. 가장 훌륭한 품질과 맛을 선사하는 원두, 정직하게 생산하고 수급한 원두만 사용할 것입니다.”

 

‘슬로 커피’와 여백의 미로 완성한 고객 경험


2002년부터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오클랜드에서 소규모 원두 로스터리로 운영하던 블루보틀은 지역의 직거래 시장인 올드 오클랜드 파머스 마켓 Old Oakland Farmers Market에서 일주일에 한 번 핸드드립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들여 한 잔의 커피를 완성하는 프리먼의 ‘슬로 커피 slow coffee’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2005년 1월, 블루보틀은 샌프란시스코 헤이즈밸리 구역의 린든 Linden가에 키오스크형 매장을 오픈한다. 고객에게 제공하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커피 대신, 주문을 받은 즉시 원두를 분쇄해 한 잔씩 내려 5분이나 걸리는 핸드드립 방식을 처음부터 고집한 것이다. 현재 블루보틀이 운영하는 70여 개의 카페에서는 최상급 원두를 사용해 천천히 내린 커피 한 잔을 제공하는 기본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커피가 가장 훌륭한 맛을 내는 잔의 크기, 분쇄 원두는 절대로 매장에 두지 않는 방침이 최고의 커피 한 잔을 위해 존재한다. 블루보틀의 미니멀하면서도 뚜렷한 디자인과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고객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간결함과 직관적 요소는 공간 기획과 고객 경험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는 프리먼식 ‘미니멀리즘’을 적용한 결과다. 그는 브랜드의 타이포그래피부터 카페 내 여백 공간까지 세심하게 살핀다. 그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이란 간결하면서도 차갑지 않고, 무엇보다 실용적인 개념이다. 이에 따라 블루보틀은 ‘공간 안에 있는 것’보다 ‘공간 안에 없는 것’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간을 이루는 소재, 가구 등은 지점마다 다른 것을 사용하지만, 하늘색 로고가 돋보이는 무채색 바탕에 지은 공간은 공통적으로 본연의 자연스러움을 유지한다. 여백과 덜어냄의 미학은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고객이 커피라는 경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완성한 셈이다.

 

 

 

2002년, 프리먼은 퇴직금 1만5000달러에 신용 대출을 받아 커피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다만 그가 구상한 것은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가 아니라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로스팅한 원두를 납품하는 사업이었다. 그는 한 번에 원두 6파운드(약 3kg) 분량을 볶을 수 있는 작은 로스팅 기계를 창고에 사들였다. 오전에는 원두를 볶고, 오후에는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며 커피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업체에 전화를 걸어 원두 영업을 했다. 프리먼은 자신이 추구하는 풍미를 얻기 위해 로스팅을 반복하며 원하는 프로파일을 끈질기게 찾아냈다.

 

벤처 자본에 힘입은 탄력적 성장

2008년 블루보틀에 최초로 투자한 것은 벤처 투자 회사 콜버그 벤처스 Kohlberg Ventures였다. 블루보틀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 것은 그로부터 
4년 뒤. 마침 커피 산업에 제3의 물결이 밀려오던 시기와 맞물려 블루보틀은 초창기부터 테크 기업 창립자들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2012년, 프리먼은 사업가 브라이언 미한
Bryan Meehan과 만난 후 벤처 연합의 투자를 받기로 결심했다. 미한은 프리먼에게 투자받을 것을 설득하는 한편, 자신도 일부 투자하며 그해 블루보틀의 CEO로 합류했다. 또 벤처 캐피털 회사 트루 벤처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파트너인 토니 콘래드 Tony Conrad의 도움을 받아 2000만 달러에 달하는 시리즈 A투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인덱스 벤처스 Index Ventures 등 벤처 투자 회사는
 물론, 인스타그램 공동 창립자 케빈 시스트롬 Kevin Systrom 같은 IT 명사가 시리즈 A 투자 연합체에 합류했다. 당시 테크 스타트업이 아닌 커피 브랜드로서 시리즈 A 투자를 받아낸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이었다.2014년과 2015년에 연이어 시리즈 B와 C 투자를 받으며 약 1억2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한 블루보틀은 장기적이고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먼저 홈페이지 개선에 착수했다. 온라인 판매 수익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카페에서 제공하는 고객 경험을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동일하게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는 이후 블루보틀이 고객에게 원두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속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했다.

 

블루보틀이 본격적인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것은 2014년 통스 커피를 인수한 후였다. 통스 커피는 최상의 원두를 수급해 배송하는 서비스로, 블루보틀에 온라인 구독 서비스 노하우를 제공하고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앞서 GV의 지원을 받아 개선한 홈페이지에 2014년 9월 자체 원두 구독 서비스인 블루보틀 앳 홈 Blue Bottle at Home을 론칭했다. 훌륭한 커피 한 잔을 고객의 집에서도 구현하게 된 것이다. 탄탄하게 구축한 구독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2014년 블루보틀의 통스 커피 인수와 비슷한 시기에 성사된 핸섬 커피 로스터리 인수는 블루보틀의 ‘바리스타’ 캐릭터와 사내 문화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핸섬 커피 로스터리는 2010년 미국인 최초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을 차지한 마이클 필립스를 필두로 로스앤젤레스 아트 디스트릭트 Arts District에 제3의 커피 물결을 소개하던 브랜드 중 하나다. 필립스의 영입을 통해 블루보틀은 매장 경험을 한 차원 다른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블루보틀 브랜드를 대표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바리스타는 탁월한 커피 지식과 호스피털리티를 제공하며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필립스가 커피 컬처의 디렉터를 담당하고 바리스타 교육을 전담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블루보틀은 인적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전 매장에 걸쳐 일관성 있는 브랜드 경험을 확립하고 있다.

 

커피 콘텐츠 확장 내세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비교적 한정적 지역에서만 경험 가능하던 블루보틀 브랜드는 새로운 매장 오픈과 온라인 비즈니스 구축에 힘입어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사업 모델 구축은 커피 비즈니스로서는 드물게 무한한 확장성을 부여했다. 블루보틀은 사업 아이템의 가치 증명, 수익 확보, 사업 범위 확장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약 7억 달러(한화 8000억 원)의 가치 평가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식품 대기업 네슬레 Nestlé가 지분의 68%를 약 4억2500만 달러(한화 약 4900억 원)에 인수한다.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는 투자 라운드를 지켜보며 그가 배운 것이 있다면, 제대로 된 아이디어와 제품이 있을 때 과한 영업은 필요 없으며 투자는 쉽게 따라온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때때로 그 이유는 스스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블루보틀이 걸어온 여정을 돌이켜보면, 그 성공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정성스러운 커피 한 잔에 고집스럽게 몰입해온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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